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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의 양면

Posted 2007/10/02 00:36

 가끔은 칭찬이 겸연쩍을 때도 있고, 질타에 무감할 때도 있는 법.

 뜬금없지만 슬픔과 기쁨은, 가끔 어이없을만큼 가까운 사이처럼 느껴진다. 이를테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반짝반짝 빛나는 파란 하늘을 봐도 - 물론, 질이 나쁜 표현이지만 - 컷터로 손목을 끊어버리고 싶을 만큼 슬플 때가 있는가 하면, 눈물이 날만큼 기쁠 때도 있다. 그렇게 느끼는 자신은 확실히 좀 이상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극단적으로 표현했지만, 그만큼 같은 일이라도 받아들이는 마음에 따라 다를 수도 있는거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그런 것은 있겠지.

 누군가의 기대 역시, 때론 그 무게가 상상을 초월할만큼 무거울 수도 있고, 때론 귓등으로 흘려 들을 수 있을만큼 가벼울 수도 있다. 그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에 따라, 또 받아들이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또는 그 사안이 어떤 종류의 것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물론 이런 것 역시 머리로는 잘 이해하고 있어도, 당시의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지 못할 때도 있다. 그 기대로 인해 내가 압박을 느끼고 그만둬버리고 싶다고 느낄 수도 있는 것이고, 그 기대를 받아들여 열심히 할 수도 있는 문제. 이런 상황에 봉착했을 때, 이른바「사회화가 잘 되어 있는 인간」이라면 그 정도를 잘 조정해서 설령 당장이라도 때려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해도 어른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힘내겠다 말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일단 받아들이는 그 당시의 솔직한 마음은 당장 그 말을 들었을 때마다 다르겠지. 물론 사람마다도 다를 것이고. 사고하는 동물인 인간으로서 내가 한껏 머리를 굴려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다.

 위와 같은 일은, 조금만 사려깊은 '척'하면 금방 알 수 있는 것들. 이렇게 알고는 있어도, 당장 나의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하면 조금은 화나고 조금은 서운한, 묘한 기분이 든다. 뭐랄까, 이건 표현의 문제인데, 내 말이 부담된다고 했더라면 그런대로 괜찮았을 것을, 하필이면 '싫어.' 와 '귀찮아.' 라는 긍정적이지 못한 표현으로 되돌려 받은 것이다. 물론, 저 말들은 그녀의 입버릇이지만 그런 입버릇까지 고려해줄만큼 사려깊지 못한 것은 분명 내 잘못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정확히 말해 이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속이 상해서 견딜 수 없어진다. 이럴 땐 정말 쓸데없이 예민하고 피곤한 인간이다, 나.
 시험을 앞두면 초조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 당연한 기분에, 자신도 충분히 잘 알고 있을 - 단지 실행하기 싫을뿐인 - 일을 강요받으면 싫겠지. 그렇지만 부딪혀보지도 않고 도망갈 길부터 찾고 있는 것은 어쩐지 꼴사납지 않은가. 이것 역시, 단순히 나의 관점일 뿐이라서 결국은 서로 타인이니까 사람마다 다른 방법이 있다고는 나 역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 정도 선에서 넘겨주면 나도 납득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 선에서 너무 감정적으로 울컥한 것이 오늘의 패인. 어차피 그녀는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눈곱만치도 없었을거다. 단지, 「성가신 상황」이 싫었을 뿐. 그리고 나 역시, 나의 「충고라는 옷을 입은 제멋대로의 발언」을 이해받기 원한 것이 아니라 이왕 스스로 택한거라면 적어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욕심이 있었을 뿐이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노력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시도가 실패했을 때 낙담하거나 좌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심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모순되게도 지독히도 미지근한 인간이면서, 미지근한 상황을 즐길줄 모르는 까닭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일이면 이런 화제는 어딘가로 쏙 들어가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멀쩡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 확실히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겨버리면 그만인 일이 아닌가. 이 정도의 일이라면 언제, 어디에나 차고 넘치는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속이 상해서 어쩔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서 꽁하니 벽만 하염없이 바라보다 목적도 없이 빙빙도는 사고를 억지로 멈추고 잠들어버리는 것이 고작이다. 결론을 내려고 작정해봐야 결론은 나지 않는다. 서글프게도 그렇다. 예전에는 결론을 내려 끝없이 서로 할퀴고 생채기를 냈지만, 더 이상은 그러지 않는다. 그래봐야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어느 순간 알아버렸다.
 나의 「기대」가 상대에게 짐이 된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비참하다. 그러나 그 「기대」에 내 욕심은 없었던 걸까, 그 기대를 빌미로 나의 추한 모습을 애써 부정하고 있지는 않았던 걸까. 과거에 내가 그런 「기대」에 진저리를 쳤던 모습이 지금의 상황에 겹쳐지며 굉장히 우울해진다. 생각 없이 내뱉은 내 말은, 상대를 향한 것이 아니라 나자신을 향한 말이 되어버렸다. 이게 제일 슬프다. 왜 나는 내가 듣기 싫은 말을 상대에게 아무 생각없이 해버렸던 걸까?

 지리멸렬한 이 글은 결국 어떤 결론을 내기 위한 글인데, 몇 번이나 생각하고 또 생각해볼 때, 내 말하는 방식이 잘못됐던 것 같다. "이거라도 해." 와 같은 강한 향신료가 가미된 말이 아니라 좀 더 먹기 쉬운, 부드러운 말이 필요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런식으로 자책하는 결론이 나온 것은 몹시 유감이지만, 타인을 책하는 것보다는 자신을 책하는 것이 낫다. 확실히 타인을 고치기보단 자신을 고치는 것이 쉬우니까.
 그러니까 내일 분위기를 봐서 좀 더 부드러운 말을 해주자. 옆에 수북히 돋아난 생각의 곁가지를 쳐내고, 비록 그녀가 눈에 띄게 표현하지는 않아도 내심 분명히 좌절할 그 모습을 다시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마음 속에는 그 기분만 남겨두자. 내가 그 때 듣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고 그 말을 해주자. 서로 상처입히고 싶어서 이렇게 오래 사귀고 있을 까닭은 없으니까. 오늘은 지극히 표현에 서툰 그녀가 미안하다고 말했으니까, 내일은 내가 그 말을 해줘야지. 한 살을 더 먹은 나니까, 그 나이값 정도는 해주자.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악취미의 일환

Posted 2007/09/24 13:16
한 사람이 있다. 단언컨데, 잘 모르는 사람이다.

98년, 햇수로 10년째 아는 사람이 있다. 앞에서도 자신있게 말한 것처럼, 잘 모른다.
아주 가끔 인터뷰를 읽고, 노래를 듣고, 가사를 읽고, 그것 이외는 하지 않으니까 '잘 모른다' 는 것 정도로, 사실은 이 게으른 내가 저 정도로 공을 들인다는 것 자체가 관심이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그런 사람이 있다.

몇 년 전, 우연히 그 사람의 '연애'를 들었다. 정확히 말해 내가 연애의 내막을 알 리도 없고, 알고 싶을만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 '상대'가 '이름만은 알고 있던 사람'이라서 조금 흥미가 생겼었다. 몇 번이나 헤어지고, 몇 번이나 다시 만나는 그런 상대인 모양이라 '아, 그런가보다.' 했지만, 어쩐지 그 둘은 여러가지로 잘 어울려서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통으로 악취미인 나지만 그 정도의 애정은 가지고 있던 모양이다.

그런데,
최근 그의 가사는 '너'에 대한 '후회'와 '회한'이 가득이라, 사이가 틀어졌나, 최근 무슨 일이 있는건가 정도의 궁금함은 있지만 일전 라이브에서 봤을 때는 상태가 그렇게까지는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신경쓰고 있지는 않았는데, 오늘 심심해서 폴더를 뒤적이다 '어떤 노래'를 꺼내서 들었다.
최근 이 밴드가 굉장히 마음에 드는 모양인 그녀의 추천곡이라서 들었는데, 이건 정말 아프다. 아프고, 아파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서 엉엉 울어버렸다. 나도 모르게 소리도 없이 눈물이 흘렀던 적은 있었지만, 가사가 들려오며 인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어깨가 먼저 들썩이고 꽉 눌린 소리가 입가에서 비져나오며 울어버린 것은 처음이라, 정직, 놀랬다. 나에게도 이런 감성이 남아있구나, 같은 감탄일지도 모르겠지만 단순히 그렇게 넘겨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아프다.

미지근한 노트북에 전해지는 소리의 떨림이 서글퍼서, 몇 번이나 글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 하고 싶은 말은 잔뜩 있는데 무엇 하나 제대로 끌어낼 수 없는 것은 역시 듣고 있으면 계속 슬퍼져버리기 때문.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이런 것, 궁금해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악취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궁금해지는 것 역시 나라서. 이전에도 이 밴드의 아픈 곡 정도는 산을 쌓아도 쌓을 수 있을만큼 많았지만 이런 느낌은 아니었으니까. 궁금해서 견딜 수 없지만, 그와 동시에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에게 죄책감도 들어버리는거다.


거짓말처럼 풀리기 시작한 하늘에, 멍한 눈을 들어 잠시 생각했다.
슬픈 일을 생각해도, 기쁜 일을 생각해도, 결국 타인의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편히 "행복하기를" 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타인의 일이라서 가능한 일.
삐뚤어진 모럴을 가진 나는, 표절이니 뭐니 해도 이 밴드가 좋으니까.

악취미라도 괜찮다면 슬슬 찾아보러 가볼까나.

내 인생은 1%의 지름과 99%의 가난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풀어 말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오늘 나를 뽐뿌질한 물건은 전자사전입니다. 사실 이 몸, 공부하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사전만은 제법 좋아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에도 국어사전은 물론, 일한사전, 영한사전, 한영사전, 독영사전, 옥편 등등 현재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전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습니다. 물론 요즘은 워낙 세상이 좋아져서 (-_-) 인터넷에서도 금방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대한 열망은 상당히 줄어든 편이예요.
그런데 한 날 갑자기 전자사전이 갖고 싶어진 것입니다. 사는데 꼭 필요한건 결코 아닐텐데, 그냥 문득 가지고 싶어졌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사면 어쩔 수 없이 사용이야 하겠지만 없어도 지금 당장 별 지장없으니 그냥 내버려두자는 마음이었는데 결정적으로 이 마음에 뽐뿌질을 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날 돌연, 인덱스가 꼬질꼬질해지고 닳아서 글자가 희미해질만큼 봐재낀 나의 사랑스런 일한사전이, 표지와 이별을 해버린겁니다(.....) 이미 표지를 감싸고 있던 분홍빛 벚꽃무늬의 고운 종이조각이 사라진지는 오래이나, 이 표지마저 이렇게 파업을 해버릴줄은 예상치도 못했어요. 갑자기 쩌억!하면서 툭 떨어지는 사전을 보고 지난 날을 자책해보았지만 도리가 없습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스윽 끼워넣고 그냥 썼지요. 가지고 다닐 것도 아닌데요, 뭐.
그러나 어제. 문득 사전을 봤더니 표지에 대롱대롱 어떻게든 매달려있던 마지막 한 장이 반조각 났습니다. 앗차, 큰일입니다(.....) 대책없이 찢어지기 시작하면 어쩌란 말입니까! 사실 나요, 고교 때부터 줄곧 일본어 독학했기 때문에 만성 어휘 부족이라 사전이 없으면 큰일이예요. 보통 웹 사전에서도 찾아볼 수는 있지만 역시 사전이랑은 다르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만 우울해지는 것입니다. 9년간 일자무식, 교재 한 권 없이 중고 책방에서 재고로 남아있던 이 녀석을 데려와서 같이 뒹굴고, 가끔은 때리고(....) 있는 요령 없는 요령 다 동원해서 그렇게 겨우 (이미 3년 전에, 그러나 실력은 실상 하수) JLPT 1급을 땄는데 말이예요. 뭐...사실 저라고 해서 학원을 안다니고 싶었겠습니까만, 모친께서 "너같은 건 학원을 가봐야 반달 다니고 수강료 환불 받아서 놀러나 다닐테지. 그냥 사전이나 사서 혼자 해라."며 하사해주신 돈으로 샀던거죠 -_-.......
그런 추억이 있는 나의 애사전이 슬슬 그 수명을 다하고 있습니다. 주인을 잘못 만나 지금은 실컷 고생만 하고 있는 나의 애사전이지만, 처음엔 정말 구겨질까 소중히 대했는데 그런 초심따위는 어느 순간부터 없어져 버린 거예요. 나란 인간이란(.....)
그래서 슬쩍 여기에 뽐뿌질을 살짝. 최근 가장 마음에 두고 있는 사전이예요. 기능이나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이 몸, 겉모습도 따집니다. 가격도 물론 심히 따지지요. 그런 점에서는 제법 괜찮네요, 이녀석. Canon의 전자사전인 워드탱크 P모델입니다.



사양은 요런 사양. 기능은 요런 기능. 가격도 썩 비싸지 않고 괜찮은 것 같기는 한데, 우리집 살림으로 봤을 땐 역시 고가인거예요 -ㅅ-;;; 아, 비올 것 같다 =_=.....오늘도 뽐뿌 슝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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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론

Posted 2007/09/16 22:03

 최근 들어 새삼스럽게 생각해봐도 나는 팬시하고 귀여운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러나 소비자로서의 나는 그런 종류의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빈티지하고 씹다 버린 것 같은 괴상한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작고 귀엽고 반짝반짝한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좋아한다. 확실히 그런 성향이 내게 없었더라면 '구관'에 빠질 일도 없었을지도 모르고, 나의 재정은 한층 더 탄탄해졌을텐데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좋아한다. 내가 클래식을 좋아하면서 클럽 음악도 은근히 좋아하는 것처럼, 딱 그 정도의 오차범위내에서 좋아한다. 문제라면 오차범위가 너무너무 크다는 것!
 나는 요령도 없지만 공을 들이는걸 싫어한다. 천성이 게으른 탓이다.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 정성을 다 하는 일에 서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면 미뤄두기 일쑤고,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오래 붙들고 있는 것에는 질색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내가 온라인 게임에 빠지지 않는 이유도 분명 이런 것 때문이다. 이건 정말 다행이다. 그러나 그렇게 오랫동안 한가지 일을 하기를 싫어하는 반면에, 우습게도 나는 변화에 능숙히 대처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요령없음, 이라는 딱지를 서슴치않고 붙일 수 있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시간의 여하를 떠나, 내 자신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다. 그런 주제에 잘 질린단 말이지. 나란 인간이야말로 인간의 제멋대로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본이라 하겠다.
 또한 나는 고백하건데, 재능 우선주의다. 재능이 있는 사람과 재능이 없는 사람이 똑같이 노력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은 당연히 재능 있는 사람이 우위에 서겠지만, 설령 재능이 있는 사람이 노력을 조금 게을리 했다해도 그 결과물은 솔직히 말해서 반반의 확률로 재능있는 사람이 낫다고 본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 생각 자체가 재앙이다. "난 안돼." 라는 패배주의가 모락모락 피어오를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말이다. 나는 그러기엔 너무 자가당착을 사랑하고, 비겁하며, 자기합리화에 능한거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한동안 우리 동네에 가멸차게 선전을 해대던 영재교육센터가 있다. 요즘도 가끔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선전에 그런 말이 나온다. "영재란 특별한 한 부분에 뛰어난 아이를 뜻하는 말로, 백 몇가지 어쩌고의 영재성 중에 하나를 발견이 어쩌고 저쩌고. 누구나 한 분야에서는 뛰어난 영재성과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치면 영재 아닌 애가 없게? 부모가 원하는 영재란, 1+1을 가르쳐주면 1+χ=1을 푸는 존재가 아닌가.
 사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저 말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한 분야에서는 뛰어난 영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분야가 어떤 건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달리기일 수도 있고, 음악일 수도 있고, 시를 잘 쓸 수도 있는 거고, 그림을 잘 그릴 수도 있는 거고, 우리 5촌 당숙이 한 말처럼 이도저도 할 게 없어서 공부가 제일 적성에 맞을 수도 있는 거다. (근데 개인적으로 난 이 말이 좀 비참하더라. 물론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우리 당숙은 나랑 다르게 너무너무 잘 살고 계신다.) 그래도 저 카테고리들은 좀 낫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는데 스케이팅에 기가 막힌 재능을 가졌으면 어쩌지? 에스키모로 태어났는데 나무 벌목에 신이 내린 천부적 재능이 있으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신을 원망해야 할까, 이럴 때엔?
 찾지 않으면 결국 발견하지 못할 재능은 그 누구에게라도 있다. 운좋게 발견하면 천재가 되는 거고, 재능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실상은 평생을 살아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뭐라도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니까. 설령 재능이 있다한들,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시들어버리는 것이 당연하니까. 나는 예전에도 지금도 사람은 재능의 양을 타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각자 다른 재능의 분포도를 타고 태어나는 거라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그 재능을 어떻게 사용할지 어떻게 엮어서 겉으로 나타낼지는 자신밖에 모른다고, 그렇게 믿고 싶다.
 다시 이야기를 처음으로 돌려서, 팬시한 것과 거리가 멀지만 좋아한다고 한 것은 간단히 말해 내가 쉽게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팬시한 것은 비록 겉은 간단해 보이지만 의외로 손이 많이 간다. 천성이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처럼 게으른 인간은 감히 넘볼 수도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나와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시도는 계속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는 그림 실력도 형편없고, (자랑은 아니지만 미술이 중고교 6년간 거의 미, 양 연타였다. 정물화랍시고 호박을 그렸더니 "추상화는 잘 그리지만, 이번 시간은 정물화다." 라는 말까지 들었다. 아아, 더 이상 설명하는 것도 비참하다.) 부지런하지도 못하니까 다른걸로 접근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나밖에 모르겠지. 그래서 필사적으로 찾지 않으면 안되고.
 나는 내게도 분명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재능이 있을거라 믿는다. 솔직히 그렇게라도 믿지 않으면 살아가면서 무척 비참할 것 같고, 그 재능을 찾아내는 것 역시 내 삶의 '목적'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 재능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것도, 저것도, 많이 접해보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놓고, 좀 더 나이가 들었을 때 이런저런 재료를 섞어 어떤 것을 만들어내보고 싶다. 이것 역시, 내가 양극단에 존재한 취향의 스펙트럼을 손에 쥐고 놓지 않는 이유이고, 내 삶의 '목적' 중 하나이다.
 열심히 살자. 눈부신 재능은 없어도, 어딘가에서 내가 발견해주길 기다리는 재능이 숨어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살아가면 그것만으로도 소시민인 나에게 인생은 충분히 멋지다. 노력조차 해보지 않고 패배주의에 빠지고 싶지 않으니까, 그 오기만이라도 좋으니까, 지금은 이 마음을 소중히 하고 싶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아직 어떻게 사용해야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api와 비슷한 개념인 것 같은데, 저는 태어나길 기계치로 태어나서 사실 이런 쪽에는 소질이 별로 없어요. 한동안 어영부영 해맬 것 같은 느낌이 벌써부터 솔솔 풍겨오네요. 그래도 한 곳에서 작성하고 여러 곳 중 한 군데를 골라서 내보낼 수 있다는 점은 마음에 듭니다. 글을 쓰다보면 이게 어디에 올리는게 좋을지 모를, 그런 글도 생기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환영할만한 툴이네요. 인터페이스도 보기에 썩 나빠 보이진 않구요. 심플하네요.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것은, 지난번에 제가 한 번 룸메씨가 늘상 번역이나 글을 쓸 때는 꼭 한글에 작성하는걸 보고 "왜?"라고 물어봤는데 룸메씨는 "웹에서 쓰는 건 왠지 불안하고 제대로 써지지 않는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물론 저 역시 그런 점을 적잖게 느낄 때가 있지만, 한글이나 메모장은 늘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안되니까 그것이 또 불편해서 네이버 같은 경우에는 임시저장을, 티스토리 같은 경우에는 비공개로 설정해두고 고치고 고치고 하곤 했었어요. 그런데 이게 또 괴상한 게, 다시 열면 그 때의 감촉이 되살아나지가 않아요. 그렇지만 매번 파일을 가지고 다니는 것보단 나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 제입장에선 이 툴은 그야말로 두 손 두 발 다 들고 환영할만한 툴입니다. 단, 인터페이스에 적응할 수 있다면, 이라는 전제가 붙겠죠.

그리고 가장 편한 점은 저장 버튼이 굳이 누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네요. 쓰다가 버려두고, 사심없이 끄고, 나중에 다시 꺼내서 고치고 할 수 있는 점은, 진득히 앉아서 글을 쓸 시간이 없는 제겐 딱 좋은 것 같아요. 티스토리나 태터는 다른 점은 다 좋지만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저장할 때에 딜레이가 생긴다는 점이었거든요. 제법 쌩쌩한 컴순이라면 몰라도 컴돌이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거예요. 그리고 제가 열었을 때엔 자동저장되어 있던 문서도 없어져버리기 일쑤! 거기다 한 번에 하나밖에 안된다는 점도 그래요.
그리고 수정을 할 때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마치 대학교 때 쓰던 노트같아서 쓰는데 부담도 없지만, 고칠 때도 좀 더 마음 편하게 고칠 수 있는 것 같거든요. 물론 제 경우에 국한된 말이겠지만, 텍스트 영역같은 경우에는 갑갑해서 가끔 괴로울 때도 있어요. 거의 모든 것을 키보드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예요.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보면 마우스가 멀리 있어서 마우스를 쥐었다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조차 힘이 들 때가 있거든요.
단점이라면 폰트가 지정되지 않는 점. (제가 발견하지 못한거면 좋겠는데요!) Verdana 폰트가 지원되지 않으면 XP이하의 사양에서 일본어가 다 깨질 것이 분명해서 그 점만은 약간 걱정이 됩니다. 정 폰트 지원이 안된다면, 티스토리에 올려두고 다시 수정을 해야될지도 모르구요. 그 점만은 좀 불편해요.

어쨌거나 스프링노트로 쓴 첫 글입니다. 앞으로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궁리를 좀 해봐야겠네요.
스프링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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